책의 표지로 판단하지 마라. 외모와 직업과 재산은 그 사람의 껍데기일 뿐이다.언제나 사람의 내면과 본질을 볼 줄 알아야한다. 마르고 닳도록 들은 이런 말말말 속에서 언제나 ‘진짜 그 사람’은 어떻게 볼 수 있는 걸까 궁금했다.
선호와 취향은 어디까지 한 사람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완벽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이를테면 소개팅에서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고, 처음 만난 그의 취향과 선호로 앞으로의 만남을 가늠해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의 깨지고 멍든 발톱은 어느 정도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손톱 주변 살갗이 벌겋게 드러나 있다면 대체로 그가 지나온 밤들을 예측해볼 순 있다. 때로 멋있어보이려 선택하는 선호와 취향도 있으며 사실 익숙한 것일 뿐인데도 좋아하는 것이라 괜히 착각하는 것도 있다. 오히려 조용히 끈질기게 노력하여 얻어낸 직업이 그 사람을 더 보여줄 때도, 그 직업에 서서히 물들어 가면서 나를 더 잘 알게될 때도 있다. 사실은 껍데기가 알맹이일지도, 알맹이가 껍데기일지도 모르겠다. 껍데기든 알맹이든 어느쪽이든 진짜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나는 누구인가.
작은 키. 동그란 얼굴. 공무원. 프랑스어 전공. 서울 북부 거주. 소형 세단.
범죄 다큐멘터리. 얼음을 다섯개쯤 넣은 포트와인. 텐트에서 자고 난 다음날 아침 공기. 사연이 궁금한 길바닥에 떨어진 과일 한 두개. 나무 껍질에 간신히 붙어있는 늦여름의 매미 껍데기. 얼굴이 붉어진 채 떠들고 있는 구축 아파트 상가 앞 치킨집의 야장 테이블.
껍데기는 굵고 알맹이는 길다. 나는 그 어디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