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몸이 불편하신 분의 휠체어를 밀어드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티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비록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었지만 선뜻 부정할 수는 없었다. 비록 쿠팡에서 25,000원짜리 짝퉁 뉴발란스 신발을 신고 다닐지언정, 어딘가 꿇리고 싶지 않은 어린 마음에 늘 단정한 겉모습을 유지하려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늘 웃고 다니는 얼굴 도 한 몫 했을지 모른다. 나는 미소가 반짝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첫인상이 해맑고 착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곧잘 따라오곤 했다.
나는 그래 보이는 사람이다. 열등감이나 시기, 미움 같은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 순진하고 때 묻지 않은 사람. 하지만 진짜 나는 그 모습과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케케묵은 오래된 결핍들이 숨어있다.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으면서도 두려움에 멈춰 서 있던 날들도 많았다. 그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은 채 마음 어딘가에 유영하며 가따금씩 나의 현재를 방해하고는 한다.
나는 자주 질문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질문 끝에 도착한 답은 의외로 꽤나 단순하다. 나는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고픈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비단 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게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인간을 탐구하고 싶다.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고, 관계를 이해하고 싶고, 선과 악, 상처와 회복, 기쁨과 슬픔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싶다. 결국 그것들은 모두 사람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한 공부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언젠가 내가 가진 것들을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온기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여전히 미움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불안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에 휩쓸려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내가 중요하다고 믿는 가치들을 붙들며 살아내고 싶다.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분명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겠지만, 적어도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들만 큼은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